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순망치한: 북중관계 재건’(Lips and Teeth: Repairing China-North Korea Relations)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 비상근 선임연구원인 리비어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 2017년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악화됐던 북중 관계가 올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등을 계기로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북중 관계) 불안의 원인이었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리비어는 “대신 북한은 사실상 ‘영구적 핵보유국’(a permanent nuclear-armed state)으로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대북(對北) 영향력 또한 제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통해 대북제재와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는 비핵화가 아니라 체제안정과 충돌방지”라며 “비핵화란 ‘허구적 목표’(fictional goal)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필요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비어는 또 “중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 한미동맹의 마찰, 한미일 안보 협력의 약화 등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리비어는 “미 정부는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중국이 북한에 사전 조율되지 않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유엔을 통해 대북제재·압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중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리비어는 RFA와의 인터뷰에선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현실에 체념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를 고집하는 미국 또한 마지못해 핵보유국 북한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길로 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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