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시위격화 대통령면담 거부…“우리 대변자 없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8일 09시 16분


고교생 사망사고후에도 정부대책 미흡
책임자 처벌등 13개 조항 요구

남미 콜롬비아의 시위가 지난 23일 고교생 사망 이후로 더욱 확산되면서 27일(현지시간)에도 더 많은 군중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난하며 수도 보고타의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학생, 원주민, 여성 등 민초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위대는 실직, 고리대금업자의 횡행,, 부유층만을 비호하는 정부 정책등을 열거하며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다. 벌씨 일주일 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에서 한결같이 나오는 외침은 “가장 특권층만을 돌보고 있는 정부에 대한 항의”이다.

보고타의 연금생활자 루시 로살레스는 “ 우리는 모든 면에서 무방비 상태다. 우리를 대변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 동안 축적된 불만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이 날 보고타 시내에서는 수천명이 국기를 흔들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 원주민 시위대는 남서부 지역의 주요 고속도로를 폐쇄했다.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시위는 두케 대통령이 시위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불만을 잠재우려하는 미온적인 태도로 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총파업 위원회 멤버들도 두케 대통령이 사회 각계 각층 대표와 함께 폭넓은 대화를 갖자고 제안하자 자신들의 요구가 희석될까봐 아예 참여를 거부했다.

경제학교수 호르헤 레스트레포는 “이 정부는 칠레와 에콰도르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너무 많은 실수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칠레 등 인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뒤흔들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고무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콰도르와 칠레는 경제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고 볼리비아에서는 대통령이 사임했지만 두케대통령은 형식적인 무마에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노조의 총파업, 학생들의 등교 거부와 함께 원주민들이 가두행진에 나서면서 약 25만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규모의 반정부시위가 시작됐다. 수도 보고타에서는 약탈 행위로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1977년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수도 보고타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위지도부는 이 날 두케 대통령의 퇴진 또는세금, 노동, 연금법 개정을 포함한 13개 조항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노동계와 학생 대표는 자유무역협정의 재고, 고교생 시위자 피살의 책임자 처벌과 그가 속한 경찰부대의 해산을 요구했다.

이들은 두케 대통령이 소집해 3월까지 계속한다는 “국민과의 대화”( National Conversation )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장기간의 ‘노란조끼 시위’ 끝에 마련한 “ 국민과의 대토론”(Great National Debate)을 통해 개혁의 기초를 마련하려했던 계획을 본딴 것일 뿐, 실제로는 정부와 친정부 인사들의 일방적인 독백이 이어질 뿐이라는 게 이유이다.

최근 시위대의 구호도 “두케 물러가라!”( Get out Duque)로 바뀌면서, 보고타의 거리와 광장은 연일 시위; 참가 군중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출근을 하고 있으며,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있다.

[보고타(콜롬비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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