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부 예산 사업인 ‘벚꽃 보는 모임’(櫻を見る會)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벚꽃 보는 모임’ 참가자 선정에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아베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행사 참가자들의 경비를 지원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주간문춘)은 내달 5일자 최신호(11월28일 발매) 기사에서 “‘벚꽃 보는 모임’에 대한 아베 총리의 기존 설명과 엇갈리는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다”며 “자민당 야마구치(山口)현 제4선거구 지부의 지난 2015년 정치자금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벚꽃 보는 모임’ 행사와 관련된 여행사에 89만엔(약 960만원)을 지급한 뒤 받은 영수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야마구치현 제4선거구 지부는 집권 자민당 대표인 아베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이다.
분슌이 입수한 영수증은 현지 여행사 ‘산덴여행’의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下關) 지점이 2015년 6월18일 작성해 아베 총리 지역구 사무실에 보낸 것으로서 “2015년 4월17일~18일 여행경비로 89만710엔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분슌은 이 영수증에 기재된 2015년 4월17~18일은 당시 ‘벚꽃 보는 모임’ 행사가 열렸던 날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벚꽃 보는 모임’은 일본 총리가 ‘각계 공로자들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매년 4월 도쿄 신주쿠교엔(新宿御苑)에서 개최하는 봄맞이 행사로서 참가자 규모는 그동안 왕실과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을 포함해 약 1만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 재집권 2년차인 2014년부터 ‘벚꽃 보는 모임’ 참가자 수가 매년 늘면서 올해의 경우 1만8200여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고, 그에 따른 경비 지출도 본예산(1766만엔·약 1억9000만원)의 3배가 넘은 5519만엔(약 5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의 지역구 주민과 후원회 관계자들이 ‘벚꽃 보는 모임’에 대거 초청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베 총리가 정부 예산으로 지역구를 관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온 상황. 실제 아베 총리 지역구에서 온 행사 참가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베 사무실에 신청만 하면 내각부에서 행사 초청장이 날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총리 등 정부·여당 인사가 ‘벚꽃 보는 모임’ 초청 대상자를 추천하는 건 오랜 관행”(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라고 해명했었으나,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내년엔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민당이 올 7월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선거 대상 지역구 의원들의 ‘사전 선거운동’ 차원에서 이 행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특히 아베 총리는 행사 참석차 상경한 후원회 인사들의 별도 만찬 비용까지 지불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유권자에 대한 기부)이란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이달 15일 기자회견에서 “후원회 만찬을 포함해 (벚꽃 보는 모임) 참가자의 여행경비·숙박비 등 모든 비용은 본인들이 부담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쓴 돈은 없다”고 밝혔었지만, 분슌이 입수한 영수증 때문에 이 같은 주장도 거짓일 가능성이 커졌다.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가쿠인(神戶學院)대 교수는 분슌과의 인터뷰에서 “정당 지부가 받는 정당 교부금은 결국 세금”이라며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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