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강력 반발 속 ‘홍콩 인권법안’ 서명…무역협상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5시 13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한 것을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 간 충돌이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양국 간 1단계 무역합의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이날 발효된 홍콩인권법은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인사 등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및 자산 동결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미국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토해 그 결과를 홍콩의 무역 특별지위 유지 여부 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은 19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다음날 하원에서는 찬성 417표 대 반대 1표로 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직후만 해도 이에 서명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 주석은 내 친구”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앞서 8월 홍콩 시위가 격화될 당시 이를 ‘폭동(riot)’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가 워싱턴 정가에서 쏟아진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법안 서명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상, 하원이 모두 초당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법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법안 서명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 중요한 신호”라며 “의회의 만장일치 지지를 감안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NYT는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협상과 홍콩 이슈를 분리하고자 했다”며 “공개적으로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중 협상을 비틀 수 있는 변수”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상태.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추과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시한(12월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국 간 관세 전쟁이 확전이 불가피하다.

홍콩인권법에 따라 홍콩이 무역상 특별지위를 상실할 경우 미국이 받을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누려온 미국에 자멸적인(self-defeating)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는 미국 국적자 8만5000여 명(2018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요 금융회사들을 비롯한 1300여개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홍콩은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가장 큰 규모로 무역 흑자를 냈다. 지난해 홍콩과 미국 간 교역규모는 673억 달러. 미국이 홍콩을 상대로 낸 흑자는 338억 달러에 달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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