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러시아 요구에 맞춰 러시아가 합병한 일부 크림 반도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표기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애플의 조치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하원은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 지역과 세바스토폴은 현재 애플 기기에서 러시아 영토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어 버전 애플 지도앱에서는 크림 반도 주변에 국경이 표기돼 있지 않다. 구글이나 다른 지도앱에서는 이 지역을 분쟁 지역이라는 의미로 점선으로 표기한다. 애플은 이 표기 방식과 관련해 러시아와 몇달간 협상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도 우크라이나 영토도 아닌 ‘미정’이라 표기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러시아가 계속해서 압박했고, 결국 바실리 피스카르요프 러시아 하원 안보 및 반(反)부패 위원장은 애플이 러시아 헌법을 준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러시아 요구에 굴복한 것이다.
피스카르요프 위원장은 “오늘날 애플과 함께 이 상황은 종결됐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것을 얻어냈다”며 “러시아는 언제나 해외 기업들과의 대화와 건설적 협력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애플이 이 결정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하고 분리주의자들의 무장을 도왔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해왔다.
2014년 초 러시아가 이 지역을 합병한 후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항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만3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애플 결정을 비난하며 해당 지역이 비록 러시아에게 점령당했지만 주권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자사 디자인과 아이디어, 몇년에 걸친 작업과 심장의 한 부분을 가장 악랄한 적에게 도둑맞았다고 외쳤지만 무지한 누군가가 당신의 고통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며 “그것이 바로 애플이 크림 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불렀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이폰은 훌륭한 제품이지만 애플은 제발 첨단기술과 오락에만 집중하라”며 “세계 정치는 당신의 강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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