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 및 지난 9월 이후 중단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재개를 공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8시30분께 예고 없이 아프간 카불 인근 바그람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현지 주둔 미군 부대를 찾은 것이다. 그는 자신을 맞이하러 모인 군인들에게 “우린 오랜 기간 승리하지 못했던 것처럼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기지에서 회담을 갖고 현지 주둔 미군 감축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왔고, 동시에 (현지에 주둔하는) 우리 병력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현 1만3000명 상당의 주둔 병력을 8600명 선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이후 중단됐던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재개 의사도 밝혔다. 그는 “탈레반은 합의 체결을 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고 있다”며 “휴전이 이뤄져야 하며, 그들도 휴전을 원치 않았지만 이젠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들을 향해서도 “탈레반은 합의 체결을 원한다”고 반복해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의 지도력과 투지에 감사한다”고 화답했으며, 이후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그들의 약속에 진실되게 임하려면 휴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화를 지속하기 위해선 아프간 외부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해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이어왔다. 지난 9월엔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부 간 회동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9·11 테러 18주기를 앞두고 탈레반 지도부 초청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회동은 결국 취소됐다. 이와 관련, 캠프데이비드 회동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달 10일 경질되기도 했다. 이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하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던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아프간 도착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당초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 팜비치 소재 자신의 마러라고클럽에 머물던 그는 해질녘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 전용기에 탑승해 13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아프간에 도착했다.
전용기는 기밀 유지를 위해 불빛도 켜지 않고 객실 창문도 모두 닫은 채 이륙했으며,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방을 추측하지 못하도록 비행 시간 동안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 접속해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대신 남겼다.
날이 저문 시각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야간 투시 고글과 소총으로 무장한 전투부대의 호위를 받았다. 그는 기지에 3시간가량 머물며 현지 군인들에게 칠면조를 대접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번 방문에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존 배러소 상원의원 등이 동행했다. 이보다 앞서 인근 지역을 방문 중이던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트럼프 대통령 일정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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