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2주 가까이 계속해 온 홍콩이공대 봉쇄를 모두 풀었다. 이공대는 이달 8일 첫 시위 사망자 발생 이후 홍콩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이 돼 왔다.
AFP 및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9일 일찍 홍콩이공대의 봉쇄를 끝내겠다고 예고한 경찰 당국은 정오(현지시각) 무렵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저지선을 치우고 13일간의 봉쇄를 끝낸 후 철수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이공대에서 시위대와 격렬한 충돌을 벌인 직후부터 11일째 이공대 주변 일대를 철저히 봉쇄하고 ‘투항’을 요구해왔다.
경찰의 봉쇄 이후 위생 상태와 식수 부족, 추위 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공대를 탈출한 시위대는 지금까지 미성년자 300명을 포함해 모두 1100명에 이른다.
봉쇄는 해제됐지만 대학 내에는 부서진 유리, 바리케이드, 썩은 음식들의 막대한 쓰레기가 쌓여 있어 대대적인 청소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편지에서 관계자는 “캠퍼스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으며 계속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공대 캠퍼스를 들어오고 있다. 학교를 둘러본 한 홍콩 시민은 “잔해를 보고 싸움의 모든 장면들이 바로 생각났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정부 통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6개월간의 시위에서 1만 2000개 이상의 최루탄을 발사했다. 5800명 이상이 체포됐고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소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아침 경찰은 280개의 화염병과 318개의 가스통, 그리고 다른 무기들을 발견했다. 앞서 28일에도 400명의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가 화염병 3800개. 가스통 921개, 그리고 588개의 화학물질과 화살 12개를 회수했다.
교내에는 여전히 20여명의 시위대가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전날과 이날 모두 시위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도시 전역에서는 게릴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수백명의 직장인들이 도시 전역에서 게릴라식 집회를 가졌다. 진압 경찰이 배치됐지만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해산해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이날 저녁 홍콩 시내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 또 시위를 열고 영국 정부에 홍콩 시민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주말에는 중고등학생들 시위와 함께 ‘홍콩 인권법’을 제정한 미국 영사관으로 ‘감사의 행진’ 시위가 예고돼 있다. 어린이들에게 최루탄을 뿌린 경찰에 대한 항의 시위도 예정됐다. 시위대는 또 2일 아침 출근을 겨냥해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난 20일 이후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은 없는 상태다. 지하철과 버스 모두 정상 운행 중이며, 경찰 역시 열흘째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치러진 구의회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이후 강경 일변도였던 경찰의 대응도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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