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감의 뿌리’ 설립 메리 고든
“학교에 초대한 2~4개월 아기 보며 학생들, 표정 관찰 통해 소통 배워”
美-英등 14개국에 프로그램 확산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보면서 이 세상에 괴물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지 공감능력이 부족했을 뿐이죠.”
캐나다인 메리 고든 ‘공감의 뿌리’ 대표(72·여·사진)는 29일 서울 성동구의 한 회의 공간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공감능력을 길러 폭력을 예방하는 활동을 벌이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치원 교사를 하다 1990년대 중반 폭력 피해 아동을 돕는 센터에서 일하면서 공감능력이 커질수록 폭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고든 대표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10대 청소년에게는 폭력적인 부모와 조부모가 있었다. 이 3대의 공통점은 공감의 부재였다”고 말했다.
그가 1996년 만든 시민단체 공감의 뿌리는 같은 이름의 공감능력 배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생후 2∼4개월 된 아기를 초등학교에 10개월간 3주에 한 번씩 데려와 학생들과 한 시간 동안 같이 있게 한다. 고든 대표는 “학생들은 아무 말도 못하는 아기의 표정과 행동을 집중 관찰하면서 아기를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초등학교들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10년 동안 학교 내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현상이 90%가량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14개 국가에서 도입됐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올 4월부터 초등학교 6곳과 어린이집 1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든 대표는 “학생들에게 ‘누군가 아기를 못살게 굴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답한다”며 “우리 모두는 좀 더 큰 아기일 뿐이라고 말해 주면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든 대표는 교육부가 가벼운 수준의 폭력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얘기를 듣자 “미국에서는 ‘제로 바이올런스(폭력 0)’ 제도를 운영하는데 작든 크든 폭력에 대해서는 어떤 해석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력은 가볍든 무겁든 똑같은 폭력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28일 국내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아 서울 여의도에서 ‘미래를 여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고든 대표는 30일 출국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