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와 정치인 뒷거래 추적 기자… 2년전 자동차 폭탄 테러로 사망
용의자 최근 “총리비서실장 지시”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45·사진)가 2017년 10월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여성 기자 피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예정이라고 타임스오브몰타 등이 1일 보도했다. 그는 곧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퇴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스카트 총리와 측근들은 정권의 부패 실태를 폭로해 온 베테랑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대프니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당시 53세)의 사망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갈리치아 기자는 2017년 2월 몰타의 최대 부호 요르겐 페네치(38)가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고, 이 돈이 총리의 최측근들이 세운 개인회사로도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보도 후 줄곧 살해 협박에 시달렸으며 같은 해 10월 16일 자택 인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자동차 폭탄 테러로 숨졌다. CNN에 따르면 사망 당시 갈리치아 기자의 아들은 “어머니가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승용차가 아닌 렌터카를 운전하고 다녔는데도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몰타 경찰은 지난달 20일 페네치를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했다. 타임스오브몰타에 따르면 페네치는 자동차 폭탄 테러를 실행한 범인들에게 총 15만 유로(약 1억9000만 원)를 제공했다. 그는 자신의 요트를 타고 이탈리아로 도주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수감된 페네치는 “총리의 최측근인 키스 스켐브리 비서실장이 갈리치아 기자의 피살 사건을 지휘했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로 지난달 26일 스켐브리 비서실장이 체포됐고 무스카트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무스카트 총리는 2013년 3월 39세의 젊은 나이로 집권했다. 대학 졸업 후 한때 포털사이트를 운영했고 TV와 라디오 기자로도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이런 그가 동료 언론인 피살에 연루됐다는 소식에 지중해 섬나라 몰타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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