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도미타 고지(富田浩司·61)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3일 부임한다.
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도미타 대사는 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주한 대사로 임기를 시작한다.
도미타 대사는 주영국 대사로 자리를 옮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의 후임으로, 외무성 내에서는 미일 안보 문제를 담당해온 미국통으로 꼽힌다.
2012년부터 주미 일본대사관 공사를 지낸 뒤 2013년 6월∼2015년 10월 외무성 북미국장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참사관과 공사로 근무한 바 있다.
도미타 대사는 태평양 전쟁 패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극우 소설가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平岡公威)의 사위로 더 유명하다.
미시마는 1970년 11월 25일 ‘일왕을 보호하는 방패’라는 의미의 민병대 ‘다테노카이(楯の會·방패회)’ 대원 4명과 함께 도쿄 육상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현 방위성 본부)에 난입해 발코니에서 무력 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위한 쿠데타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염원인 헌법 개정 시도의 정신적 근간에 해당하는 인물의 사위가 한일 관계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 중대 기로 속에 한국 대사로 부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박근혜 정부 당시 맺었던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가 파기 과정을 밟은 뒤 지난해 12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이어지면서 역대 최악 국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고, 우리는 이에 상응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며 대치를 이어왔다.
다만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국장급 대화 시작 등의 조치를 취하고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당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이달 하순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한일관계가 중대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도미타 신임 대사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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