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가 악연으로…트럼트·마크롱, 나토 정상회의서 날선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4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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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가 악연으로 변했다.”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나자 외신들의 두 정상의 갈등에 집중했다. 8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서로 치켜세우며 ‘친구’라고 운운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과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딱딱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발단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말한 것을 두고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아주 못된(nasty) 발언”이라고 했던 대목.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나토 회원) 국가에 아주, 아주 못된 발언”이라며 “프랑스보다 나토를 필요로 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개혁에 반발하는 시위를 언급하며 “프랑스는 경제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트럼트 대통령에게 “내 발언이 약간의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견지한다”고 밝혔다. ‘뇌사 상태’ 발언이 나온 배경 자체가 나토 동맹국의 반대에도 시리아 철군을 강행한 미국의 일방주의 때문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들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리아 내 터키군의 독단적 군사 활동과 러시아 군사 방공시스템 구매 등 나토 회원국 간 문제를 언급하자 트럼트 대통령은 “그래도 나는 터키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터키와 관계를 끊었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리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IS에 가담했던 각국 사람들을 언급하며 “몇몇 괜찮은 IS 전투원들을 받겠느냐”고 농담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임하자”고 답했다.

가장 큰 시각차를 드러낸 건 미국이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을 문제 삼아 24억 달러(약 2조8668억 원) 규모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프랑스와 유럽의 이익을 보호할 각오가 돼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에서 재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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