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약 1년 8개월 만에 일본 방송에 출연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강제징용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방탄소년단은 4일 오후 후지TV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인 ‘FNS가요제’에 출연해 지난해 발표한 ‘페이크 러브’와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2곡을 일본어 버전으로 불렀다. 이날 방송은 사전에 녹화된 것으로 멤버들은 지난 달 말 경 방송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소년단이 일본 방송에 출연한 것은 지난해 4월 NHK의 주말 음악 프로그램 ‘송즈’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일본 지상파 방송국 TV아사히의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으나 하루 전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원자폭탄이 터지는 버섯구름 사진이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적이 있다”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글이 이슈화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우익 세력들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BTS 때리기’에 앞장섰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NHK의 ‘홍백가합전’ 등 잇달아 일본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후지TV는 극우 성향의 매체 ‘산케이신문’ 계열의 민영방송이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티셔츠 건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결국 BTS 비판에 앞장 선 미디어가 역설적으로 방탄소년단 활동 재개의 포문을 열어준 것이다.
한편 이날 다른 케이팝 가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는 이날 오후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열고 최신곡 ‘킬 디스 러브’ 등의 히트곡을 불렀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좌석(5만 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다. 또 나고야돔에서는 CJ ENM의 음악 시상식 ‘MAMA’가 열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이 히트곡을 부르며 4만 석을 뜨겁게 달궜다. 황성운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한일 관계가 정치적으로 악화됐지만 일본 젊은층 사이 K팝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며 “문화교류가 한일관계 악화의 최종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