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보를 이렇게 빗대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선거를 망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 대신 다른 모든 것을 망쳤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 첫 일정이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예정에 없던 52분간의 기자회견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토를 비판한 것을 두고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세계 정상과의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입증하듯 이날 행사장에 모인 다른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버킹엄궁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그(He)’를 지칭하며 농담을 이어갔다.
존슨 총리가 마크롱 총리에게 “그가 ‘그것’ 때문에 늦었느냐”고 묻자 트뤼도 총리가 끼어들어 “즉석 기자회견이 40분(실제 52분)이나 걸려 늦었다”고 대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정상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대화는 예정에 없이 기자회견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스태프들 턱이 바닥까지 떨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기자회견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조차 놀랐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러시아 인터넷 매체인 스푸트니크 뉴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후 정상들의 대화만 편집된 영상을 4일 캐나다 매체 CBC가 올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뒤여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말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부터 “아주, 아주 못된(nasty)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프랑스는 경제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고 지적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내 발언이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지만 철회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뇌사 상태’ 발언이 나온 배경 자체가 나토 동맹국의 반대에도 시리아 철군을 강행한 미국의 일방주의 때문임을 강조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낸 것. 외신들은 이를 두고 “브로맨스가 악연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공식 회의 후 자신을 험담한 트뤼도 총리에 대해 “위선적(two-faced)”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