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러시아의 출전이 금지됐다. 9일(현지시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의 도핑을 주도·방조했다는 이유로 4년간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결정하면서다. 이 기간 출전을 못할 뿐 아니라 주요대회도 유치할 수 없다.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WADA 집행위원회는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WAD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각 기구에 통보할 예정이다.
크레그 리디 WADA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도핑은 너무 오랫동안 깨끗한 스포츠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WADA가 러시아 도핑 위기에 단호하게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면 러시아 선수들은 내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러시아 국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스포츠 강국으로서 러시아의 명성에 타격을 입히고, 러시아 선수들은 자국 국기와 국가를 내걸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선수 개인이 도핑 스캔들과 관련이 없음을 입증할 경우 중립국 국기를 달고 출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논란의 시작은 2015년 11월 WADA가 발간한 이른바 멕라렌 보고서였다. 스포츠 변호사이자 법학자인 리차드 맥라렌 등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많은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복용하도록 한 뒤 도핑 검사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는 WADA로부터 도핑 조작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만 3년의 출전 자격정지가 2018년 중반부터 해제됐다. 그러나 또다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제재가 결정됐다. 러시아 반도핑기구가 올해 1월 제출한 도핑 테스트 결과가 조작됐다는 판정이 나오면서다.
다만 러시아가 유치한 내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는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해당 경기는 WADA가 정한 주요 대회조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판정 결과에 러시아 측은 반드시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는 21일 안에 이 출전금지 결정에 불복 항소할 수 있으며 상소 분쟁은 스포츠중재법원(CAS)으로 넘어가게 된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 부위원장 스베틀라나 쥬로바는 이날 현지 RIA통신에 “러시아반도핑위원회(RUSADA)가 오는 19일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한 뒤 로잔 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면서 ”러시아 스포츠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를 저지하려는 서방국가들의 음모로 비난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르가리타 파흐노츠카야 RUSADA 부대표는 이날 타스 통신에 ”WADA의 결정은 예상했던 일“이라 했고, 드미트리 스비셰프 러시아컬링연맹회장도 ”우리는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 이런 사태를 겪은 적 있다. 러시아 스포츠에 재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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