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美 제재땐, 공군기지 이용금지 검토”…‘러시아판 사드’ 도입놓고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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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터키가 ‘미군의 자국 공군기지 이용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S-400 도입을 계기로 제재를 시행할 경우 터키는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인지를리크와 퀴레직 공군기지가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 의회가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포함한 국방 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왔다. 미국의 강경 대응에 터키 역시 강하게 맞서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 기지는 미군의 대(對)중동 전략 거점지로 인식되고 있다. 터키가 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미국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뜻이다. 특히 인지를리크 기지는 미국의 전략 핵무기도 약 50기가 배치돼 있다. 퀴레직 기지에도 주요 레이더 시설이 배치돼 있다.

문제는 향후 미국과 터키 관계를 악화시킬 요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 터키는 S-400 도입 외에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지역 공격과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와의 공동 순찰 등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400 도입으로 미국의 F-35 전투기 구매와 개발 참여가 금지되자 터키는 아예 러시아산 전투기인 수호이(SU)-35를 사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터키로선 미국의 경제제재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가 더욱 흔들릴 수 있고, 미국도 러시아 견제가 주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심 전력인 터키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양측이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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