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인도 상원 통과돼 곧 시행… 힌두교-불교 시민권 허용과 대비
“모든 종교 공평한 세속주의 위배”… 지식인 등 600명 정부에 항의 서한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에서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줄 때 무슬림을 제외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이 11일 연방 상원을 통과했다. 사회·정치 제도에서 종교를 분리시켰던 인도 정부의 세속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이 법안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인도의 3개 이웃 국가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상원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됐던 이 법안은 찬성 125표, 반대 105표로 통과하며 대통령 서명 등 형식적 추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직후 트위터에 “수년간 박해받은 많은 이들의 고통을 경감시킬 법안”이라며 “오늘은 인도와 인류애 정신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올렸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그 대상을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신자로 한정해 무슬림을 제외했다는 점이다. 인도 정부는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무슬림이 소수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힌두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모디 정부가 무슬림 차별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와 인권단체 등은 개인의 종교가 시민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인도의 세속주의 헌법 이념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인도 야권 지도자인 라훌 간디 전 국민회의당 대표는 “이 법은 인도의 뿌리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11일 고위 관료, 학자, 작가, 연예인 등 인도 지식인과 유명인 600여 명은 정부에 법안 도입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CNN은 모디 정부가 5월 총선에서 승리한 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8월에는 무슬림 신도가 다수인 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자치주 지위가 박탈됐다. 또 지난달 대법원은 수십 년간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각자의 성지로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온 ‘아요디아 사원’ 자리에 힌두교 사원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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