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금융허브로 통하던, 뉴욕, 홍콩이 거세지는 탈(脫)세계화와 국가주의 속에서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그 자리를 국가주의가 메워가면서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여겨졌던 국제금융 허브는 예전 만큼 역할을 할 수가 없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런던, 뉴욕, 홍콩이 불안한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 도시들의 국제적 성향은 탈세계화와 국가주의 시대에 들어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도시들은 모두 국경을 초월하는 사업에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과 금융 인프라를 자랑한다. 하지만 탈세계화, 국가주의가 변모시키는 세상에서 이 국제적 도시들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이 도시들은 전 세계 유능한 인력을 빨아 들이지만 그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이민정책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중국은 홍콩의 독립성을 위협한다. 런던과 뉴욕의 고용 시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홍콩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높은 비용, 경제역풍, 정치적 불확실성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런던의 경우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를 반대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제 브렉시트가 거의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런던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은 금융과 법률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수출에 의존하는데, 런던은 이 전체 서비스 수출의 절반을 책임진다.
런던 금융권은 EU 단일시장에서 누렸던 ‘패스포트’ 혜택을 상실할 위험에 놓였다. 금융상품·서비스를 판매하려면 EU 수십개 회원국에서 매번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가 인터넷 세금,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단일한 기준을 마련하는 동안 런던 디지털 산업 역시 거대한 새로운 장벽에 막힐 것이다.
인력 대탈출도 우려된다. 싱크탱크 런던센터에 따르면 런던에 살고 있는 영국인 이외 EU 출신 인력 비중은 정보기술(IT) 및 과학분야 10%, 금융업 12%, 숙박 및 음식서비스업 32%에 달한다.
홍콩은 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던 1997년 홍콩은 중국보다 더 잘 살고 더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 중국 본토 경제가 커지면서 홍콩과 중국 본토 사이 부의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범죄인 송환법 개정 문제로 몸살을 앓은 홍콩이 중국보다 폭넓은 자유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록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됐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하면 미국이 홍콩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을 감안하면 중국과 서방을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라는 홍콩의 가치는 떨어진다.
뉴욕은 정치보다 경제적 문제에 직면했다. 런던과 달리 뉴욕 금융권의 고용은 위기 이전으로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소셜미디어와 IT 업체들이 줄어든 고용을 메웠다. 또 뉴욕에서 외국인 이민은 줄고 다른 도시로 이주가 늘면서 뉴욕 인구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싱크탱크 어번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뉴욕에서 상위 1%에 속하는 슈퍼리치의 29%는 현행법상 더 많은 세금을 내지만 텍사스의 경우 그 비중이 5%에 그쳤다. 세금 부담 때문에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뉴욕을 기반으로 일이나 사업을 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조차 거주지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기며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과거 런던, 뉴욕, 홍콩이 독특한 국제적 입지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섰지만, 미래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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