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하원 통과에 내부 결속… 민주당을 예수 탄압 빌라도에 비유
“저들은 자신이 무슨 일 하는지 몰라… 아버지 그들을 용서하소서” 조롱
WP “트럼프, 러 스캔들 벗어나려 우크라에 바이든 수사압박 자충수”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고난에 처한 예수와 같다”고 비유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배리 라우더밀크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이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토론에서 “예수가 반역죄로 억울하게 기소됐을 때 본디오 빌라도도 고발자는 대면하도록 해줬다”며 “엉터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빌라도가 예수에게 제공한 권한이 민주당이 탄핵 절차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한 권리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 탄핵 조사를 주도한 야당 민주당을 예수를 탄압한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빗댄 셈이다.
프레드 켈러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도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구절을 이용해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민주당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겠다. ‘아버지,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라고 가세했다. 케빈 브래디 하원의원(텍사스)은 “민주당은 우리 시대의 조 매카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카시는 1950년 미 국무부에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해 미국 내 반공주의 광풍, 즉 ‘매카시즘’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잇따른 엄호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때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부를 얼마나 잘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라우더밀크 의원의 발언을 차용한 ‘트럼프에서 예수까지(Trump to Jesus)’란 문구도 유행하고 있다. 빌라도 역시 이날 인기검색어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도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1월 집권 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뜻하는 러시아 스캔들에 내내 시달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벗어나기 위해 당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자충수’를 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20년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가 2014년부터 이사로 재직한 에너지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의 비리에 대해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이날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하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 조사 내용에 대해 증언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통화 내용을 들은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 정보 요원은 8월에 약 9쪽의 메모를 작성해 마이클 앳킨슨 미 정보기관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9월 18일 미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했고, 6일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조사를 개시했다.
탄핵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수사에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음이 드러났다.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등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도 백악관 측에 큰 타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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