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이 최근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품목 가운데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수출허가 방식을 변경한 데 대해 “결코 (수출규제) 완화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NHK·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가지야마 경산상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의) 거래실태를 바탕으로 단순히 (수출허가) 신청 절차를 변경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올 7월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수)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소재 3종을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품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지난 5개월 동안 이들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계약건별로 당국의 수출허가(개별허가)를 받아야 했던 상황. 일본 기업들은 수출규제 강화 조치 발동 전엔 3년 단위로 수출허가(일반포괄허가)를 받아 해당 품목들을 한국에 수출해왔다.
그러던 중 일본 경산성은 이달 20일 포토레지스트에 한해서만 한국 수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했던 것을 ‘포괄특정허가’로 바꾼다고 밝혔다. ‘포괄특정허가’란 일본 기업이 일정기간 꾸준히 외국 기업과 거래해온 경우 최대 3년분까지의 수출허가를 한꺼번에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포토레지스트 수출허가 방식을 바꾸면서 국내외에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무부처 장관인 가지야마 경산상이 이 같은 관측을 직접 부인함에 따라 일본발(發) 수출규제의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지야마 경산상은 이번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몇 분 간 서서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일 양국의 통상 담당 장관이 직접 대면한 건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가지야마 경산상은 또 성 장관과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한중일) 3국의 이번 회의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얘기를 나눴다”고만 말했다.
특히 그는 ‘성 장관과 포토레지스트 수출 문제에 대해 얘기했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교도통신은 ‘관계자’를 인용, “(가지야마 경산상이) ‘대화와 수출실적을 쌓아가면서 (양국) 신뢰 관계를 심화해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가지야마 경산상이 이날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과는 양자 회담을 했지만, 성 장관과는 ‘일정상 이유’로 따로 회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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