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9일 오전 방송된 위성방송 BS테레비도쿄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태도가 아주 부드러운 신사다. 이제부터 더욱 자주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고)”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아베 총리의 대한(對韓) 강경 자세가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아베 총리의 전체 발언을 보면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더 자주 만날 것을 희망했지만 ‘또다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엔 확실히 답변하지 않았다.
사회자가 ‘24일 중국에서 열린 일한(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좋아지겠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는 “나는 이웃나라인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바라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는 것은, 기초가 되는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의 계기를 꼭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이 징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기존 인식을 또다시 드러낸 것이다.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법안’에 대해선 “한국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입법부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한국이 국가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베 총리는 직답을 피한 채 “그 어느 때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대화를 해야한다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관계가 어려울수록) 민간 레벨의 교류가 끊어지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이 점도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방일(訪日) 해외 여행객 4000만 명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올해 7월부터 한국 여행객이 급감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때문에 한일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해서만큼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아베 총리는 앞서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12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문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가 지도자는 그 나라의 정치 정세와 역사를 등에 짊어진다. 여러 어려움을 짊어지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징용에 대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아베 정권 내부에서 ‘문 정권이 바뀌어야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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