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나쁜 생각'이라고 판단"
"기후 아닌 내 딸을 살리는 마음"
"여전히 딸이 학교로 돌아가길 바라"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건널 때 그의 옆에는 늘 든든한 후원자가 함께 했다. 바로 그의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50)다.
2019년은 스웨덴 소녀 툰베리에게 아주 특별한 한 해였다. 전 세계에서는 툰베리에 동참하며 등교를 거부하고 환경 정책에 힘쓸 것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등 툰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로 성장 중이다.
그러나 30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반테 툰베리는 “처음 딸이 시위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나쁜 생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툰베리는 “기후 행동을 위해 학교를 빼먹는 딸을 지지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작년 9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1인 시위를 했다. 그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기후 보호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스반테 툰베리는 “그레타는 환경운동에 나선 뒤고 훨씬 행복하다. 하지만 그가 직면한 ‘혐오’들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와 조작된 정보 등 딸을 향한 혐오 발언들에 상당히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레타는 기후 행동에 나서기 전 3-4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였다. 실어증도 있었다”며 “부모에게 있어 최악의 악몽이었다”고 회고했다.
연극배우인 아버지 툰베리는 딸의 회복을 위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오페라 가수이자 유로비전에 스웨덴 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는 어머니도 계약까지 취소하며 딸과 함께했다. 툰베리의 할아버지 올로프 툰베리는 스웨덴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이다.
이들 가족은 몇 년 동안 기후 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했다. 가족들의 지지와 함께 툰베리는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스반테 툰베리는 “그레타는 인권 운동을 하는 우리 부부를 보고 ‘엄청난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인권 운동이 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 운동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곧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는 환경주의자가 됐다. 부모의 결정은 툰베리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툰베리가 미국 뉴욕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반테 툰베리는 딸과 함께 요트에 올랐다. 그는 “나는 이 결정이 바르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기후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딸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겐 두 딸이 있다. 솔직히 내게 중요한 것은 이들뿐이다. 나는 단지 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반테 툰베리는 “당신들은 내 딸이 평범하지 않고, 지금 매우 특별하고 유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 그레타는 평범한 아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타는 춤도 추고, 많이 웃고, 우리는 정말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공개된 툰베리의 집이 유럽 상류층의 전형이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툰베리에 대한 장애 혐오 발언도 일각에서는 서슴지 않고 있다.
스반테 툰베리는 “그레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러한 비판에 잘 대처하고 있다”며 “솔직히 그 애가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 웃으며 지낸다. 이러한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닥칠 상황이 덜 격렬해지길 바란다”며 “진심으로 그레타가 학교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또 “내년에는 그레타가 17살이 되기 때문에 더는 여행에 동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며 “만약 딸이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함께 하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혼자서 더욱 훌륭하게 이를 해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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