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사망 대응책 보고 받고 ‘솔레이마니 제거’에만 관심 보여
일부 참모 만류에도 공격 최종 승인… 민주당 “의회와 상의 않다니” 반발
추가 군사력 사용 막는 결의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무인기로 사살할 당시 남부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트로프(meatloaf·다진 쇠고기 구이)’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이뤄진 저녁을 먹고 있었다고 AP통신, CNN 등이 4일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집권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몇몇 친구와 만찬을 즐겼다. 미트로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도 꼽힌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에릭 율런드 대통령 법률특보 등 미 외교안보 담당 최고위 관료 6명은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습으로 미 민간인 1명이 숨진 직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대통령이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마러라고에 도착했다.
6명의 참모는 이란 선박 및 민병대 공습 등을 포함한 여러 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에만 관심을 보였다. 일부 참모들이 법적 정당성, 이란과의 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재선 전략을 논의하던 중 솔레이마니 공격안을 최종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의 사망이 확인된 3일 오후 6시경 들뜬 모습으로 마러라고 내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는 미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곧 이루어질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다.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라며 방어 차원에서 그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솔레이마니가 미국인 수십 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이란 정부 도청, 비밀 정보원, 정찰기 등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확보했다.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공격용 드론 ‘리퍼 MQ-9’를 띄워 그를 제거했다. 이는 사전에 계획적으로 표적의 위치를 정한 공습이 아니라 목표물의 동선을 쫓다가 제거 결정이 내려진 후 최적의 공격 장소를 타격하는 ‘임기 표적(臨機標的·Target of Opportunity)’ 방식이라고 CNN은 풀이했다.
야당 민주당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와의 사전 논의 없이 암살을 단행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추가적인 적대 행위를 고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선전포고 혹은 군사력 사용 시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례 없는 타국 지도자 공개 암살로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자 4일 미 80여 개 도시에서는 대대적인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수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정의도 평화도 없다.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라”고 외쳤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시카고 트럼프타워 등 앞에 모인 시위대들도 “전쟁은 재선 전략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11월 재선 승리를 위해 미국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이날 중동으로 파병된 82공수부대 병력 3500명의 가족들은 병사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만드는 행사를 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전쟁 공포와 징집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 병무청(SSS)은 3일 트위터에 “병무청은 평상시처럼 업무를 보고 있다. 징집이 필요한 국가비상 상황에서 의회와 대통령은 징집을 승인하는 공식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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