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만에서 열린 한궈유(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 총통 선거 출마 반대 집회에 참석한 40대 여성이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발언이다.
그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차이 총통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친중 성향의 한 시장이 총통이 되면 대만의 미래가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반중(反中)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오는 11일 대만 총통(대통령)·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해협정책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68.2%에 달한 반면 한 시장의 지지율은 11.7%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차이 총통은 ‘탈원전’ ‘반중국’ 등 이념을 앞세워 경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지지율이 30%대로 바닥을 기었다. 반면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건 한 시장의 지지율은 50%에 달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로 상황은 급변했다. ‘대만의 미래는 홍콩’이라는 인식이 퍼진 와중에 중국이 군사적 침략까지 위협하면서 반중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만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선 것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대만은 대(對)미국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64% 증가한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의 관계가 역대 최고인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국과 대만의 고위 당국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고, 7월에는 22억달러가 넘는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국을 등에 업고 대만 독립을 꿈꾸는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이번 총통 선거가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 성격을 띤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이 밀던 한 시장은 중국과 대만 유권자로부터 사실상 버려지게 됐다. 한 시장은 홍콩 시위대를 돕기 위한 난민법 통과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으나, 지지율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차이 총통과의 지지율 격차가 5배 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대만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중국 스파이의 내부 고발까지 나오면서 한 시장의 지지율은 더 빠르게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만대 푸만 션(撲馬) 조교수는 FT에 “한 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부상한 인물로, 한 시장이 올린 모든 글은 SNS 상에서 비정상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당 계정의 IP주소는 대부분 몇 안 되는 중국 지방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동안 이 수치는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한 시장을 버린 듯 하다”고 추측했다.
이번 선거 후보에 차이 총통과 한 시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후보는 대만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의장으로, 국민당 원로인 그가 총통 후보로 나선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러나 지지율(6일 기준)은 11.3%에 머무르고 있다. 차이 총통의 재선 가도에 대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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