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문화유적도 타깃’ 발언에 비난 빗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7일 03시 00분


‘페르시아 후손’ 자부심 높은 이란, 트럼프 향해 “슈트 입은 테러범”
CNN “국제재판소 유죄판결 전례”

휴가 마치고 돌아온 트럼프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미 남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휴가 마치고 돌아온 트럼프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미 남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경고의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란의 거센 반발에 효과적인 대응 복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란의 문화 유적 파괴를 내비친 발언은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탄탄한 진지가 부재한 상태다. 중요한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 참모의 조언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확한 정보 △주변 동맹국의 폭넓은 지원 △국민 신뢰 등이 전부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는 중동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 참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보유한 인력도 최근 탄핵 대응으로 현안 집중도가 떨어진 상태다.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지속적으로 불신과 불만을 표출해온 탓에 과거만큼 입지가 세지 않다.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유럽 동맹국들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드론 사살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며 불만에 차 있다. 특히 핵심 동맹인 영국과 독일 등은 공습으로 인한 정세 악화로 중동에 파견한 자국 병력의 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유가 상승 등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주요 시설 52곳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이란 문화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중요한 곳’을 언급한 대목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슈트를 입은 테러범”이라고 비난했다. CNN 등 언론도 과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문화유적 파괴 행위를 유죄로 판결했던 전례를 앞세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란은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불구로 만들고 길가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 국민들을 날려버리는데 우리는 그들의 문화유적지를 못 건드리는 것이냐.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트럼프#이란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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