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지역에서 병력을 잇따라 증강하는 것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에 대한 보복을 벼르는 이란의 강한 반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략폭격기인 B-52 6대를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파견할 계획이다. B-52 폭격기들은 지시가 내려지면 대(對)이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B-52 폭격기는 이미 미국 박스데일 공군기지를 출발해 디에고가르시아로 향하고 있다.
미군은 지상 병력 4500명도 추가로 중동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바탄 상륙준비단(ARG)’이 필요시 중동 내 작전을 지원할 준비를 갖췄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이 추가 배치키로 한 82공수사단 소속 3500명 및 특수부대 750명 등으로 이미 5만 명 가까이 되는 중동 내 미군 병력에 추가되는 것. “우리 장병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가 됐다”며 지난해부터 중동에서의 철군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는 정반대 상황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라크 철군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기로 한 결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이 이라크를 떠날 계획이나 떠날 준비를 하는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들이 이슬람국가(IS) 집단을 격퇴하기 위한 작전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라크 주둔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병력 이동을 준비 중이라는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의 보도를 부인한 것. 이 두 매체는 미군 이라크 태스크포스의 책임자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여단장이 이라크 연합작전사령부 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철수를 명령한 당신들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며 철수를 위한 병력 이동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라크 의회는 전날 사전 상의나 통보 없이 이뤄진 자국 내에서의 공습 작전이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자국 내 주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실리 여단장의 서한에 대해 “정식으로 서명되지 않은 초안인데 실수로 보내졌다”며 “그 서한은 유출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서한 내용이 보도되며 혼선이 빚어지자 에스퍼 장관과 함께 예정에 없던 긴급 언론 브리핑을 갖고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주둔 미군 비용을 증액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카드로 철군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막상 이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주둔 필요성이 커진 이라크 내에서 철군 요구 결의안이 나오면서 뒤통수를 맞은 모습이다. 이라크는 미국의 중동 내 이슬람국가(IS) 세력의 격퇴 등 활동 근거지가 되는 전략 지역으로, 현재 12개 기지에 5200명의 미군이 분산 배치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의회의 미군 철군 결의에 대해 되레 “이라크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역정을 냈다. 그는 전날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가한 제재는 약하게 보이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중동의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인 이라크를 이란보다도 더 세게 제재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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