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 레바논서 기자회견 열어
“닛산-검찰, 처음부터 유죄 단정… 日 벗어난 지금 발언할 기회 생겨”
탈출 경로에 대해선 얘기 안해
지난해 말 ‘해외 도항 금지’라는 일본 법원의 보석 조건을 어기고 레바논으로 탈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사법체계와 닛산자동차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초대한 미디어 관계자 약 100명 앞에 양복 차림으로 섰다. 그는 일본을 탈출한 이유에 대해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면서도 어떤 경로로 탈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나는 발언권을 빼앗긴 이후 400일 이상 이날을 기다렸다. 나는 진실을 위해 싸워 왔다”며 자신이 무죄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도쿄지검에 체포된 이후 검찰은 ‘자백하면 자유롭게 해 주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밤에 잠을 못 자고 싸울 것인지, 검찰이 요구하는 대로 말할지 몇 번이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법체계는 공평하지 않았다. 일본을 탈출한 후에야 지금 처음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또 “검찰과 닛산이 나를 처음부터 유죄라고 확정하고 밀어붙였다”며 “일본 사법제도에 의해 고통을 당했고, 나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처음 체포됐을 때부터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도쿄지검은 당시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으로 체포했다가 특수배임 혐의 등을 더해 3차례 더 체포하면서 구금 기간을 늘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31일 “그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몇 주에 걸쳐 구속당하고, 변호사 입회도 없이 조사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99% 이상의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닛산자동차 일본인 경영진에 대해서도 공격했다. 그는 “르노와 닛산의 경영을 통합하려 했는데, 닛산 경영진은 강하게 반발했다”며 “닛산과 검찰이 결탁해 나를 무고하게 몰아냈다”고 말했다. 실제 닛산은 곤 전 회장이 전격 체포된 당일 곤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이사회를 즉각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뉴욕타임스, 르몽드 등 주요 외신은 일본인 경영진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그의 아내 카롤 씨도 7일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르노와 닛산의 전쟁 및 산업적 모략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 “(곤 전 회장 탈출) 당시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베이루트에 있었다. 누군가 내게 전화를 걸어 ‘깜짝 놀라게 해줄 일이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불편한 표정이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그가 불법적으로 출국해 레바논에 도착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은 6일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과 부정 출국은 별개 문제”라며 “일본의 형사 절차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알지만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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