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무대 데뷔, 일정 장소 출몰로 신상정보와 동선 포착 더 쉬워지고
리퍼보다 빠른 프레데터C 무인기, 1만1000문 대공포 피해 참수작전 가능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공작을 총괄하던 가셈 솔레이마니가 1월 3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을 타고 가다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가 띄운 리퍼(Reaper)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한동안 지속됐다. 솔레이마니 사망 후 이란은 1월 4일 테헤란 남쪽 잠카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赤旗)을 걸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하산 로하니 대통령,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이어 1월 8일 새벽 이란은 바그다드 북동쪽에 있는 미군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2곳에 수십 발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전(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군사적 후속 조치보다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확전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면전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결정을 왜 했을까.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두 가지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공격으로 사망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5곳의 시아파 민병대 기지를 공격하자 시아파 세력이 미국대사관을 공격했다. 그리고 12월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레이마니가 미군과 미국 외교관을 살해하려는 위험이 임박해 있고, 공습이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자 제거를 승인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거 작전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솔레이마니가 지난 십수 년 동안 미국인을 수백 명 살해했으며, 미국 국민 살해 위협이 임박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군사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탄핵정국을 돌파하면서 재선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게 숨겨진 목적은 아닌가 추정한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사용했다. 미군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리퍼를 첫 배치한 이래 최근까지 지도부 50명을 포함해 5000명 넘는 무장저항세력을 드론으로 제거해왔다. 소말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미군은 이슬람 무장단체 대원 제거에 리퍼를 투입해 성과를 올렸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드론 공격으로 와해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에 사용된 리퍼는 1.7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초기 무인기인 프레데터의 2배에 이른다. 최대 항속거리 역시 1852km로 프레데터의 2배다. 리퍼에는 헬파이어 미사일 4발을 포함해 230kg 무게의 GBU-12 페이브 웨이II 레이저 유도폭탄 2발과 GBU-38 합동직격탄을 장착할 수 있다. 최첨단 관측·표적확보장치(MSTS)를 장착해 민간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링스(Lynx) II SAR 레이더와 전자광학 센서 시스템을 탑재해 주간뿐 아니라 야간 및 악천후에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미 본토에서 조종해 미군 피해 없이 타깃을 핀셋처럼 집어내 적군을 공격하는 드론이 전쟁 공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MQ-9 리퍼가 프로펠러기인 데다, 스텔스 기능도 없어 프레데터C(Avenger·어벤저)를 개발했다. 어벤저는 리퍼보다 50% 더 빠르고, 더 높이 날며, 스텔스 기능도 있어 적의 레이더망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려면 무엇보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정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솔레이마니와 관련된 정보는 위성과 드론 등을 통한 영상정보, 전자통신 감청정보 등 첨단 정찰자산에 의한 것이 주축을 이룬다. 그러나 결정적 정보는 휴민트(Humint)에 의한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이번 제거 작전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모사드(Mossad) 등 정보기관이 이란과 이라크에 심어놓은 고정 간첩들로부터 입수한 솔레이마니의 동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한 결과라고 한다.
현재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이 무인공격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참수작전을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솔레이마니 폭살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은근히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이 무인공격기를 활용해 김정은 참수작전을 결정한다면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까. 먼저, 무인공격기로 김정은을 살해하려면 그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군사위성 정보와 글로벌호크 등 무인정찰기, E-8C 등 지상감시 정찰자산, 그리고 RQ-135W 같은 감청자산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차량이나 열차, 비행기의 움직임을 파악했다고 그 안에 김정은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결국 확실한 정보는 휴민트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프레데터C(어벤저) 스텔스 무인기
북한은 이란에 비해 여행의 자유와 정보 통제가 심해 휴민트 여건이 나쁘기는 하다. 그리고 김정은에 관한 인적정보는 권력 최상층부에 침투해 있는 공작원을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과 미국 CIA 산하 코리아미션센터가 북한에 대한 휴민트 공작을 열심히 하고 있어 신뢰할 만한 첩망이 부식(扶植)됐다면 그 정보를 이용해 참수를 결심할 수 있을 테다.
다음으로, 김정은이 주로 거주하는 평양의 대공미사일과 대공포 배치는 수적으로 대단하다. 북한 전역에 1만1000문의 대공포가 있다. 이러한 대공포는 최대 요격 고도가 낮아 한미연합 공군전력에 별 위협이 되지 않지만, 무인기는 저고도로 비행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격추당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이 군산공항에 배치한 MQ-1C 그레이이글이나 MQ-9 리퍼 같은 비(非)스텔스 무인공격기로 김정은 참수를 시도할 경우 격추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미국은 어벤저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 운용하고 있다. 비행고도가 높고, 제트엔진을 사용해 속도도 2배 이상 빠르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근무하고, 매년 반드시 나타나는 정해진 장소도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달리 북·미 대화 등 국제무대 데뷔를 통해 신상정보도 미국에 노출된 상태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적 식별이 그만큼 더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벤저 무인공격기를 투입한다면 김정은 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군사기술적으로 미국이 무인공격기를 활용해 김정은을 참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김정은 참수작전이 실패했을 경우다. 핵미사일 보복 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정은 참수에 성공했다고 해도 김정은이 사전에 전략군사령관에게 “내가 공격받는 징후가 보이면 핵미사일을 한국, 일본, 미국을 향해 발사하라”는 지시를 내려놓는다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참수작전 전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을 전개해 먼저 북한군과 김정은의 신뢰관계를 허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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