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기 격추 인정후 17개주 확산, 하메네이 퇴진 요구… 인명피해 우려
첫 올림픽 메달 여성선수 망명선언
트럼프 “시위대 죽이지 말고 이란은 협상에 나서라” 트윗
이라크 美기지 또 로켓포 공격 당해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인정한 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와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2일 수도 테헤란 중심부인 아자디광장, 테헤란대, 샤히드 베헤슈티공대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케르만샤, 시라즈, 타브리즈, 이스파한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반정부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이날 최소 17개 주(州)에서 시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란 정부가 여객기 추락 초기에 격추 사실을 은폐한 것에 분노하며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일부는 실탄까지 발사하며 강경하게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테헤란 주요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됐고 이 때문에 일부 시위대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13일에도 이란의 대학들에서 시위가 이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시위가 더욱 확산되면 이란 정부가 무차별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진압 과정에서 2주일 만에 1500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57kg급에서 동메달을 딴 이란 최초의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 키미아 알리자데(22)는 아예 망명을 선언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위선적이고 거짓말쟁이이며 정의롭지 않고 겉치레뿐인 이란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 이란을 떠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그를 ‘올해의 세계 여성 100인’에 선정한 영국 BBC는 알리자데가 현재 네덜란드에 머물며 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알리자데의 망명 선언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이란을 향해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협상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렸지만 핵무기는 안 된다.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며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도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이 핵합의에 어긋나는 모든 조처를 되돌리고 합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중동의 안정을 위해 이란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군 병력이 주둔 중인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의 알발라드 공군기지에서 이날 또다시 로켓포 공격이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제 카투사 로켓포 8발이 떨어졌고, 장교 2명을 포함한 이라크군 4명이 다쳤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8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뒤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추가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비밀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고, 그 결과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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