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비판해 논란 커진 책, 베네딕토 “공동저자에서 빼달라”
“개혁세력 공격하려 前교황 이용”… 바티칸 내부 음모론 번져
기혼자에 대한 사제 서품을 불허하는 ‘사제 독신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93)의 공동 저서가 진위 논란에 휘말렸다. 공동 저자인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로버트 세라 추기경(75)은 “베네딕토 16세의 허락을 받고 그의 이름을 넣었다”고 주장했지만 베네딕토 16세 측은 부인했다. 당초 15일 발간 예정이었던 책의 공개도 미뤄졌다.
이탈리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의 비서인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는 14일 “세라 추기경에게 책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제 독신제에 대한 각종 견해와 기고문을 그에게 전달한 적은 있지만 공저자 부분은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의 발행 전 최종본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베네딕토 16세의 이름, 책 안에 담긴 그의 사인 등도 삭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가톨릭의 위기’란 이름의 이 책은 가톨릭의 전통을 수호하고 사제 독신주의도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세라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의 의사를 존중해 나의 단독 저서로 바꾸겠다. 대신 책 내용은 수정하지 않고 그가 집필에 기여했다고 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책이 언제 발간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보수 성향인 세라 추기경은 가톨릭 규율을 정하고 보호하는 교황청 경신성사부 장관직을 맡고 있다. 2014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84)에 의해 추기경에 임명됐다.
이번 사태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가 부족한 아마존 지역 등에서 독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 교황이 이 책을 통해 현 교황의 노선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일각에서는 교황청 내 보수파들이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하기 위해 베네딕토 16세를 이용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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