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임기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실세총리 복귀 가능성
퇴임 후 권한 강화된 국무원 이끌며 권력 유지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7)이 15일(현지시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후임에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53)을 전격 임명한 가운데 그가 추진하려는 개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들의 반감을 줄이고 국정운영에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장기집권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자신을 포함한 내각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드베데프 총리 사임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가 두마(하원)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의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개헌안은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총리 임명을 비롯한 의회 기능을 대폭 강화해 실권이 대통령에서 총리 중심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 자신이 실세 총리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직 3연임이 금지된다. 대통령이 되려면 러시아에서 25년 이상 거주하고 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한 번도 취득하지 않았어야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자문기구인 러시아 국무원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도 개헌안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뱌체슬라프 빅토르비치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이 지난해 가을 이를 처음 언급했을 때부터 크렘린이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개헌 가능성을 밝혔다.
◇푸틴이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푸틴이 이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 정치적 미래를 보장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바우노프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연구원은 “권력 이양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푸틴처럼 장기집권하는)제2의 푸틴은 나올 수 없다. 푸틴의 4번의 (대통령)임기는 이 국가가 소련의 붕괴에서 회복하기 위해 필요했다. 이제부터는 대통령은 12년만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푸틴의 미래는 그가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해 4번째이자 마지막 임기를 시작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추락하면서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최저치로 하락했다.
불확실성이 대두되자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치열해졌다. 푸틴이 개헌을 시도하는 이유는 추가 충돌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치학자인 에카테리나 슐만은 “내부 권력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내부 다툼이 길어지면 그에 대항하는 연합 세력이 구축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가 끝난 후 푸틴이 취할 행보
푸틴의 측근들에 의하면 그는 단 한 번도 권력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한 측근은 “압력이 없다면 국가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력 다툼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혁명은 빵이 없고 선반이 비어 있을 때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봤을 때 푸틴이 임기 후 총리가 될 수 있지만 국무원을 이끌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치분석 회사인 R. 폴리티크의 설립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그는 러시아가 강한 대통령을 갖는 것을 희망한다. 그는 충성심이 강하고 애국적이며 권력 이양을 지지하는 인물을 후계자로 정할 것”이라며 “푸틴은 퇴임 이후에도 시스템 내부에 머물 것이며 후임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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