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英佛獨에 “대이란 정책 비협력시 25% 車관세”위협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6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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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과 연결지어 자동차 관세 위협은 이번이 처음
외교전문가 "관세 위협은 마피아 같은 행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 이란의 핵합의 위반을 비난하고 분쟁 해결 조항을 발동하지 않을 경우 유럽 자동차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 3개국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현지시간)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럽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그로부터 며칠 뒤 이란의 핵합의 위반이 심하다며 유엔의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조항을 발동시켰다.

한 유럽 관리는 관세 부과 위협을 통해 유럽의 외교정책을 강제하려는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오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유럽 관계에 비정상적인 소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전에도 유럽과의 무역 관계에서 미국에 좀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유럽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외교정책과 관련해 이러한 위협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유럽은 이미 수주 전부터 분쟁 해결 조항을 발동할 의사를 비쳐왔기 때문에 이러한 위협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제러미 샤피로 조사국장은 “관세 부과 위협은 마피아와 같은 행동으로 동맹국 사이에선 있어선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관세 부과 위협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행동계획)이 매우 나쁜 협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 유럽 관리는 “미국이 워싱턴 주재 대사관이 아닌 런던, 파리, 베를린 당국자들에게 직접 경고했다”며, 유럽은 이미 분쟁 해결 조항을 발동시킬 계획이었지만 미 행정부의 위협으로 오히려 발동이 더 늦어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위협 사실이 알려지면 유럽이 미국의 들러리로 비춰질 것이고 유럽은 약하게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위협 사실을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솔레이마니 피살 이후 이란이 핵합의의 사실상 탈퇴를 선언하자 잇따라 합의 준수를 촉구해 왔다. 그동안은 핵합의 틀 내의 중재 역할에 주력해 왔는데, 지난 14일엔 미국의 ‘최대 압박’에 동참하지 않겠다면서도 JCPOA 제36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하는 등 수위를 높였다.

분쟁해결조항을 발동하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최소 2주 동안 장관급 협상을 진행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 제재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이러한 행동이 미국의 경고를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이 발표 이후 미 국무부는 “우리는 그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호응하는 입장을 냈다.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담당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유럽국가의 의도가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14일 성명은 분쟁해결절차를 촉발하는 실수를 한 것”이라며 “이는 유럽국의 중재 역할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외교위원회의 제레미 사피로 연구책임자는 “관세 위협은 마피아와 같은 전략”이라며 “동맹국들 간 관계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란 핵합의는 이란과 유엔(UN)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과 독일(P5+1)이 지난 2015년 7월14일 체결한 핵협상이다. 핵무기 개발 동결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가 피살된 뒤 지난 5일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수 제한, 우라늄 농축 가능 수준, 핵 연구개발활동 등 JCPOA 5단계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력, 유럽국 협상에는 응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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