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데탕트’ 시대 열렸다…2단계 협상 등 확전 불씨는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6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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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를 최종 마무리하면서 11월 미 대선까지 한시적인 ‘무역전쟁 데탕트(긴장 완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중 상당 부분이 남아 있고 농산물 구매 등 합의 이행과 2단계 무역협상의 난제가 도사리고 있어 확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중국의 미국산 구매 등 합의이행이 관건

중국은 이번 합의문에서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를 올해와 내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를 구매한다고 약속하는 성의를 보였다. 공산품(777억 달러), 에너지(524억 달러), 서비스(379억 달러), 농산물(320억 달러) 등 분야별 구매액까지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을 위해 미국산 유제품, 가금류, 쇠고기 등에 대한 중국 시장도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이 약속한 것처럼 단기간에 미국산 구매를 대량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중국 경기가 계속 하락해 국내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2000억 달러를 강제한 것은 중국의 수요를 크게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과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가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셈이다. 홍콩 밍(明)보는 일부 관세를 철회했지만 여전히 관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합의를 한 것은 “중국이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보험 카드 등의 중국 금융시장 개방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등 외환시장 투명성 등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미국은 이틀 전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했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요 금지에 대해 중국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미국의 성과다. 다만,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법률 개정 등의 구체적인 개혁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 화웨이와 2단계 협상 등이 확전의 불씨

이번 합의에는 이행 메커니즘과 분쟁 해결 절차도 마련했다. 중국이 농산물 구매 등의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이 보복 관세와 같은 ‘비례적 시정 조치’를 하고 ‘선의’에 따른 조치일 경우 중국 정부가 보복을 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기업과 중국 파트너 회사와의 갈등 해결을 돕는 ‘분쟁 해결 사무소’도 설치된다. 중국이 합의를 탈퇴해 보복 관세를 피할 수 있고,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미국 기업들이 분쟁해결에 얼마나 나설지 미지수다.

미국은 중국 최대 통신기업인 화웨이 등에 대한 제재를 당장 풀 계획이 없고 오히려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류허(劉鶴) 부총리가 대독한 서신에서 “미국이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활동에 대해 공평하게 대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해제하라는 뜻이다. 중국이 미국산 추가 구매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미국의 수출 규제를 거론하며 미국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등으로 미국 성장률이 0.50~0.75%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월가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고 대부분이 이미 발표된 내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 29,000선을 넘었지만 무역합의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11월 대선 전까지는 1단계 합의 이행에 집중하며 2단계 협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협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 보조금 등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우려 등을 해결하기 위한 까다로운 난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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