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전 세계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우한 폐렴으로 106명이 사망하고, 감염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WHO가 빠른 전파성의 위험을 오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26일(현지 시간) 전 세계 우한 폐렴의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상향 조정한 일일 상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WHO가 23¤25일 발간한 일일보고서에는 전 세계 위험 수위가 ‘보통’으로 표기됐다. WHO는 발생 범위, 확산 속도, 대응 능력 등을 토대로 전염병 위험 수위를 낮음-보통-높음 순으로 정한다.
갑자기 위험 수위가 상향 조정되자 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WHO는 “23~25일 발간한 상황 보고서에서도 위험 수준을 ‘높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표기가 잘못돼 이를 수정했다”며 “우한 폐렴 공포가 더 강해진 것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락가락 표기를 계기로 WHO가 안이하게 우한 폐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WHO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우한 폐렴이 확산되자 22일과 23일 뒤늦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또 이 회의에서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했지만 ‘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중국에서는 비상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까지 우한 폐렴이 확산 중이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 바이러스 진원지인 후베이성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인 4단계 위험경보를 발령했다. 한국도 전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반면 WHO는 여전히 비상사태 선포에는 소극적이다. 사실상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음에도 WHO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WHO에 대한 비판은 이번 뿐 만이 아니다. 1948년 발족된 WHO는 인류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제1목표로 설립된 유엔의 전문 기구다. 그러나 대형 전염병이 퍼질 때 마다 잦은 오판으로,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WHO는 2009년 조류인플루엔자(H1N1) 발발시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 세계에서 감염 공포와 백신 사재기로 큰 혼란이 생겼지만 정작 전염은 심각하지 않아 ‘WHO가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대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WHO는 비상사태 선포할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전 세계로 확산돼 1만1310명이 사망했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가 발생했을 때도 WHO는 한국 내 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지만 이후 감염자가 속출했다. WHO가 신종플루 등 전염병 발발시 제약회사의 로비를 받고 사태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BBC는 “WHO가 전염병 예측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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