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리더십 비판 고조…시진핑 흔든 ‘우한의 기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21시 39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냈고,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미온 대응’ 비판에 習 “전염병은 마귀”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한시 당국이 우한 폐렴 발병 사실을 밝힌 뒤 이달 25일에야 처음으로 우한 폐렴 대응을 공식 언급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이 높아지자 27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시 주석의 지시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찾았다. 그는 임시 격리병동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어려움이)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루 전까지 이들은 물자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각지에 도움을 구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꿨네?’ ‘참 중국적인 답’이라는 조소가 나왔다.

비판을 의식한 듯 시 주석은 28일 중국을 방문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전염병 예방 통제를 처음부터 직접 지휘하고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염병 발생은 마귀다. 마귀가 숨게 하지 않겠다”며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공개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국내외에 제때 전염병 상황 정보를 발표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체계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은 관영 중국중앙(CC)TV에 “우리도 정보 공개에 대한 불만이 있다. 지방정부인 우리는 관련 정보와 권한을 얻은 다음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중국 의료체계의 취약점도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우한 주민인 샤오시빙 씨(51)는 발열과 호흡 곤란을 겪었지만 병상 부족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보름 이상 지난 26일에야 입원했다. 아내 펑시우 씨는 “(환자를) 이리저리 공 차듯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궈창(馬國强) 후베이성 부서기 겸 우한시 서기는 26일 우한시 병동이 극도의 과부하 상태임을 인정했다.

제조업 업무 중단-IT업계 재택근무 권고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노동 일수 감소, 관광 위축 등이 장기화하면 정부의 목표치인 성장률 6% 사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중국 연구기관 플리넘을 인용해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최대 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6%대임을 감안하면 2%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춘제 연휴를 다음 달 2일까지로 사흘 연장했으나 우한 폐렴이 폭증하면서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시민들에게 해외여행 연기를 권고했다.

금융도시 상하이(上海)시는 기업들에 다음 달 9일까지 업무를 재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제조업 중심지인 쑤저우(蘇州)시도 다음 달 8일 정오까지 업무를 중단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했다. 중국 전역에 마스크 사재기가 이어지면서 마트, 약국 등의 마스크 재고가 바닥 나 가격을 10배 이상 올려 파는 바가지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北京) 인근 톈진(天津)시가 처음으로 군이 병원과 의료진을 관리하는 전시체제 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콩·북한, 중국인 유입 제한

홍콩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부터 중국 본토와의 국경 일부를 잠정폐쇄하고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도 및 페리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본토로 가는 항공편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국 본토인에 대한 개인 여행비자 발급도 중단한다.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1개월간 격리와 의료 관찰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28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중국 에어차이나 평양사무소는 북한행 항공편을 2월에는 중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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