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60여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와 중국 항공편 운항 금지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기만 분위기여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입김이 센 동남아에선 신종 코로나에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미얀마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바이러스 위협을 무시한 채 여행 금지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보건부 장관이 “그냥 충분히 먹고 움직이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하는가 하면, 캄보디아 훈 센 총리는 지난 30일 마스크가 괜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마스크를 쓴 누구든 기자회견장에서 쫓아내겠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2일 중국 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온 필리핀에서도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본토 방문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현지 의료진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얀마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31일 첫 번째 의심 사례가 나왔는데,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할 장비가 없어 아직 확진자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료들은 민간 요법을 장려하고 있다. 미얀마 남부 티닌타리 지역의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중국 정부가 양파를 최대한 많이 소비하라고 했다”며 바이러스를 막으려면 양파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신종 코로나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중무역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데다, 관광 산업의 대부분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에 대해 “동남아는 중국 이외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부는 초강대국인 중국을 불쾌하게 만들 것을 우려해 전염병 위협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전염병 대응이 늦어질 수록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전염병의 경우, 선진국보다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남아 정부들이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한 사이, 이 지역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캄보디아나 라오스 등 국민 소득이 낮고 언론의 자유가 통제된 나라에서는 확진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캄보디아는 현재 수만명의 중국 노동자가 머물고 있고, 설 연휴 이후 약 3000명의 중국인이 입국했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감염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정부 차원에서 환자 수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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