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구스만 가문 건재…딸, 대성당 문까지 잠그고 호화 결혼식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3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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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만, 美서 보석 없는 종신형 선고받고 수감
아내 TV 쇼, 딸 아버지 별명 딴 의류, 맥주 사업

엘 차포(El Chapo·땅딸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딸이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버지인 구스만이 미국 감옥에 수감 중이지만 폴리스라인(경찰 저지선)까지 동원한 결혼식으로 건재함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멕시코 현지 언론 레포르마 신문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구스만의 딸 알렉한드리나 지젤 구스만은 지난달 25일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 대성당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치렀다. 이곳은 구스만이 이끌던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이 주로 활동하던 곳이다.

레포르마는 “엘 차포의 딸을 위해 대성당이 문을 걸어 잠갔다”고 비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알렉한드리나가 노란 테이프로 표시된 폴리스라인에 둘러싸인 쿨리아칸 대성당에 도착하는 사진, 동영상이 게재됐다. 멕시코의 유명 음악가가 참석한 모습과 불꽃놀이 장면도 온라인상에 퍼졌다.

이 결혼식은 마약 범죄조직이 멕시코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와 관련해 불편한 진실을 보여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카르텔은 사회 기반 시설에 자금을 대 대중의 환심을 사고, 교회와도 유착해 헌금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다.

멕시코 가톨릭 교회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로돌포 소리아노 누네즈는 “범죄 조직과의 관계는 30년도 더 전부터 멕시코 가톨릭의 아킬러스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분쟁을 분석하는 ‘국제위기그룹(ICG)’의 멕시코 전문가 팔코 에른스트는 “구즈만 가문이 시날로아 사회에 얼마나 깊고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들은 사실상 사회 엘리트다. 교회를 포함한 다른 엘리트 구성원들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멕시코의 살인율은 계속 늘어나면서 둔화할 조짐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 3만5588명이 살해당해 살인 건수는 1년 사이 2.7% 늘었다.

구스만은 2017년 범죄조직 운영, 마약밀매, 돈세탁 혐의 등으로 미국으로 인도된 이후 지난해 보석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구스만은 2001년 멕시코 교도소에서 탈옥했다가 13년 만인 2014년 검거된 후 2015년 다시 탈옥한 바 있다.

구스만이 세운 범죄 왕국의 유산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이제는 자녀들이 뒤를 이으려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구스만이 미국 감옥에 갇힌 뒤에도 그의 가족들은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사업을 벌여왔다. 구스만의 아내 엠마 코로넬은 지난해 텔레비전 리얼리티쇼에 출연했다. 알렉한드리나는 의류 브랜드 ‘엘 차포 701’과 엘 차포 맥주를 팔겠다고 밝혔다.

알렉한드리나의 남편 에드거 카자레스는 지난 2007년 미 재무부가 돈 세탁 혐의로 제재한 블랭카 마르가리타 카자레스의 조카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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