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상한 부’ 몰수법에 350억 재산 뺏긴 외국여성, 반환소 패

횡령죄로 15년형 받은 아제르바이잔 은행가의 아내
10년 동안 최고급 런던 백화점에서 240억원 소비

국적 불문하고 ‘수상한 부’를 몰수할 수 있게 한 영국 신법에 걸려 영국 내 자산을 뺏겼던 저 먼 아제르바이잔의 부정축재 은행가 아내가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패했다.

런던 고등법원은 5일 영국 국가범죄국의 자산 몰수 명령을 무효화시키려던 자미라 하지예바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예바는 ‘석명 불가 재산에 관한 법’에 걸린 첫 번째 혐의자다. 영국의 이 신법은 소유자가 취득 과정을 제대로 할 때까지 부패나 조직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로부터 재산을 영국 당국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적 불문하고 부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관련 기관인 국가범죄국은 2200만 파운드(2900만 달러, 350억원) 상당의 영국 내 부동산 두 건을 산 하지예바가 그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하지예바의 부동산에는 런던 해로드 백화점 인근의 최고급 주택이 들어있는데 하지예바는 이란 터키 러시아 사이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국적이다.

그녀의 남편은 은행가로 현재 아제르바이잔 감옥에서 징역을 살고 있다.

재산 취득에 아무런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하지예바는 런던에 10년 동안 거주하면서 그간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해로드에서 2100만 달러(240억원)의 돈을 뿌리며 물건을 사댔다. 단 하루에 60만 파운드(9억 원)을 쓴 적도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인터네셔널은행 회장이었던 그녀의 남편은 2016년 고국에서 사기 및 횡령죄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지난해 영국 법원은 하지예바를 아제르바이잔으로 송환하지 말도록 판결했다. 그녀 역시 남편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거기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리라는 것이 송환거절 판결 이유였다.

하지예바는 송환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몰수 재산의 반환에는 실패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하지예바의 항소는 2018년 제정된 ‘석명 불가 재산법’이 성공하느냐 여부에서 중대한 테스트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판결 후 그는 “국가범죄국 등 기관들이 정당하지 못하고 불법인 자산과의 대결에서 진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런던=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