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 중 이집트·모로코 정도만 자국민 송환
세네갈, 열악한 의료 인프라 등을 이유로 송환 포기
도이체벨레 "중국내 아프리카 유학생 5000명 묶여"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전세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서 자국민을 송환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 거주자들은 열악한 본국 상황 등 때문에 철수 행렬에서 소외돼 발을 구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RFI에 따르면 세네갈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거주하는 자국민에 대한 송환을 사실상 포기했다. 우한에는 현지 대학에 유학 중인 세네갈인 13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3일 성명을 내어 세네갈은 우한에 있는 자국민을 송환할 여력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들을 송환 후 치료할 숙련된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네갈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된다.
대신 세네갈 정부는 우한에 거주 중인 자국민에게 910유로(약 100만원) 상당의 재정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5일 “세네갈은 자국민을 송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세네갈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럽연합(EU)에 이어 제2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세네갈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는 지난 4일 세네갈 사례를 언급하면서 중국 우한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5000명 가량의 아프리카 학생들이 우한 폐렴을 피해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지만 성사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기니 국적의 한 유학생은 도이체 벨레에 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설의 운영이 중단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국적의 한 유학생은 자택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5일 아프리카뉴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항공사들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와 모로코 정도만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케냐 정부는 우한시에 고립된 학생 85명을 송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송환 시점은 봉쇄 해제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이 와중에 후베이성 징저우에서 유학 중인 카메룬 국적 학생이 아프리카인으로서는 최초로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 학생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AFP는 보건 당국을 인용해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한 발병을 막기 위해 공항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중국인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과 아프리카간 항공 교통량이 늘어나 우한 폐렴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태지만 의료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라 방역 능력에 의문표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지난 2014~2016년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해 1만1300여명이 사망하는 등 과거에도 수차례 전염병 유행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AFP는 우한 폐렴 감염 여부 검사를 외국에 의뢰해야 하는 등 열악한 의료 인프라 탓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아프리카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책임자를 인용해 지적했다.
다만 아프리카타임스는 에티오피아,케냐, 앙골라, 보츠와나,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의심 환자가 보고됐지만 보츠와나를 제외하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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