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창궐 첫 경고한 中의사 리원량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0시 55분


지난해 12월 30일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창궐을 경고했던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 중심병원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34·사진) 씨가 6일 밤 소속 병원에서 숨졌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신징(新京)보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임을 모르고 치료했던 환자로부터 전염돼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리 씨는 지난해 말 모바일 채팅 앱 ‘위챗’에 있는 의대 동기 단체방에서 자신의 환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병을 진단받고 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당국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한 후 침묵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겨우 풀려났다. 당국은 리 씨의 동료 7명에게도 같은 서명을 강요했다.
우한 경찰서는 리원량 씨에게 ‘당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꾸짖으며 위법행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리 씨는 “당시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한 경찰서는 리원량 씨에게 ‘당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꾸짖으며 위법행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리 씨는 “당시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국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지난달 28일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리 씨는 코로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내부고발자’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시민들은 “당국이 그의 경고를 제 때 귀담아 들었다면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용기를 칭송했다. 당국으로부터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이가 ‘영웅’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확진 판정 후 리 씨는 집중치료실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는 병상에서 진행한 4일 미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당국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던 정황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의 미진한 초기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당시에도 심한 기침과 발열로 통화가 어려워 위챗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리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웨이보 등을 통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유언비어 아니냐. 믿고 싶지 않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그의 부모와 임신한 부인도 감염됐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리 씨의 아내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의 전체 감염자 수는 1만117명, 사망자 수는 414명이다. 전 세계 감염자 2만8138명의 3분의 1이상, 전체 사망자 564명의 약 80%가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에 몰려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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