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시큰둥해진 트럼프 행정부, ‘북핵협상팀’ 인사 이동 줄이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2일 17시 39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북핵협상팀’ 주요 인사들의 보직 이전이 줄 잇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에 시큰둥해진 트럼프 행정부 물밑 기류가 국무부 인사 동향을 통해 그대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북핵 실무 핵심 알렉스 웡, 유엔으로

한미 워킹그룹 협의 등 3박 4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12일 미국으로 돌아간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는 11일(현지 시간)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유엔 정무담당 차석대사에 지명됐다.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올 1월 국무부 대북특사에서 유엔 특사로 자리를 옮긴 마크 램버트에 이어 웡 부대표까지 북핵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는 것이다.

웡 부대표는 비건이 부장관으로 영전하면서 국무부 북핵 실무담당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비건 대표를 현지에서 수행하며 실무 지원에 나섰고, 한미 워킹그룹을 포함한 국장급 협의에 여러 차례 나서며 비건 부장관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북-미 교착 장기화 속에서 웡 부대표가 임무를 바꾼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무부 인사 이동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를 북핵 협상 국면으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웡 부대표가 상원 인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현 보직을 유지하는 만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유엔 정무 담당 차석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면제 등을 조율하는 자리여서 정부 입장에서도 자리 이동이 나쁠 것 없다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을 대선 국면에서 정책 후순위로 두고 있다는 게 이번 인사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어서 정부 당국에서도 당혹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비건 부장관이 여전히 대북정책특별대표 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업무가 폭증하면서 북핵에 집중할 겨를이 없어 보이는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우려하는 부분이다. 비건 부장관은 국무부 예산안 관련 브리핑 진행과 각종 타국 및 국제기구 당국자 면담은 물론 신임 대사 임명식 주재까지 국무부 업무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부장관 임명 당시엔 비건 대표의 급을 높여 북-미 협상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으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백악관 “北 약속 지키는 방향이라면 협상 계속”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냉담한 기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한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지키는 쪽으로 협상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협상이 계속되는 걸 보고 싶다”면서도 “합의가 미국 국민에게 좋은 합의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 없는 정상회담은 대선 기간에 개최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본보에 “핵심은 검증(verification)”이라며 “미국 주도의,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 검증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협상 진전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워싱턴=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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