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우선주의에 동맹 희생” vs 美 “국제안보에 충실히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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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서 치열한 공방
유럽 “美, 세계경찰 역할 원치않아… 서구동맹의 공통 전략 어려워져”
美국방 “中-러 위협에 정신차려야… 위협 2순위는 北-이란 불량정권”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과 이웃을 희생시키고,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지나친 과장이다. 미국은 충실히 국제 안보에 역할을 하고 있다.”

14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두고 유럽과 미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유럽은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한 미국을 비판한 반면에 미국은 충분히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서구 동맹의 균열이 도드라졌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 안보 협력 놓고 유럽-미국 충돌


MSC는 1963년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안보 포럼이다. 매년 주요국 정상과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 350여 명이 참석해 국제 안보의 ‘다보스포럼’으로 통한다. 올해 MSC의 핵심 주제는 ‘비(非)서방화(Westlessness)’.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미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서구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과의 핵합의 등 각종 협약에서 탈퇴했다.

포문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이날 개막연설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며 “그런 식의 사고와 행동은 이웃과 파트너를 희생시키고,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고 성토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이날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MS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자국 이익만 중시하면서 그간 국제 안보의 버팀목이 됐던 서구 동맹이 공통의 전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면 반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서양 동맹의 죽음’이라는 말은 지독히도 과장됐다”며 “서구는 이기고 있으며, 우리는 함께 이기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 커진 유럽 내 불안감이 미국에 대한 촉구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지속돼 온 유럽과 미국 동맹의 균열에는 세계 질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서구 동맹의 분열을 우려한 듯 “나는 유럽만 믿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을 함께 믿는다”고 강조했다.

○ 에스퍼 “2순위 위협은 북한 같은 불량 정권”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서구를 위협하고 있다며 함께 맞서자고 유럽에 제안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NDS)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이 우리의 주요한 도전국이라고 적고 있다”며 “중국은 유럽을 포함해 그들의 국경 밖 전장에서 작전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국가들에 중국 정보기술 회사 ‘화웨이 퇴출’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러시아 역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제국에 대한 열망을 키워 가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NDS는 우리의 (안보 위협) 2순위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불량 정권이라고 인식한다”고 지적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6일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도 “이란과 북한, 그리고 그와 같은 다른 나라 등 불량 국가들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지속적으로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칭하고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평양이 일관되게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뮌헨안보회의#미국 우선주의#안보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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