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누나 숨지고 아내 사경 헤매… 본인 사망 직전 지인에 참상 전해
시진핑 퇴진 주장 쉬즈융 이미 체포
中당국, 42년만에 양회 연기 검토
“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한 호흡 곤란을 겪었지만 병실을 구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심신이 피폐해진 어머니도 감염돼 아버지 뒤를 따라가셨다. 무정한 코로나19는 사랑하는 아내와 나까지 집어삼켰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울고 애원했으나 어쩌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거주하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 창카이(常凱·55·사진)는 14일 사망하기 전 대학 동창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이 17일 공개한 유언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나는 일생을 아들로서 효도를 다했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했으며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했고 사람으로서 진실했다. 이제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한다….”
부모와 함께 살았던 창카이 부부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4일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부모는 우한시 퉁지(同濟)병원 교수였다. 다음 날 아버지에게 증상이 나타났지만 병실을 구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그와 누나가 돌봤으나 사흘 뒤 숨졌다. 그 뒤로 이달 2일 어머니, 14일 새벽 창카이, 그날 오후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 창카이의 아내는 생명이 위중해 중환자 집중치료실(ICU)에 있다. 아버지가 사망한 지 17일 만에 코로나19에 중산층 일가족이 무너진 것이다. 영국에 유학 중인 아들만 무사했다.
그의 대학 동창은 “이 참극을 알리고 싶다. 누가 잘못했는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차이신은 “병실 부족으로 집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 나아가 주거 집단 감염이 이어져 감염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증거는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홍콩 밍(明)보는 17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말 원인 불명의 폐렴 발생을 확인한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지난달 초 국가위생건강위원회(보건복지부) 등에 ‘이 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매우 비슷하며 중앙이 빨리 공공장소 방역 및 통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 지도부는 ‘공황을 조성하지 말라’ ‘춘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밍보가 보도했다. 한편 시 주석 퇴진을 주장한 인사 쉬즈융(許志永)이 15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중국이 공안 정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중국은 매년 3월 초에 열어온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연기 수순에 들어갔다. 양회가 연기되면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42년 만에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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