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부터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 군무원 9000여 명 가운데 약 65%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군무원들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1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캠프 험프리스 기지 등 주한미군 기지 내 군무원 5800여 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할 방침을 정하고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생명과 건강, 안전 분야의 필수 인력인 나머지 3200명만 한시적으로 업무를 유지하게 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르면 이번 주 초 군무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설명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사령부 내에서는 SMA 협상 타결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군무원들의 무급휴직을 공식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美, 국방장관 회담 앞두고 한국에 방위비 압박▼
주한미군 군무원 무급휴직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실패시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군무원들의 무급휴직 세부 방침을 구체화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분담금 증액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사령부 내에서는 군무원 5800여 명에 대한 무급휴직이 현실화될 경우 기지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지 내 쓰레기 청소부터 건물 관리, 학교 운영과 교육 등을 맡은 군무원들 덕분에 기지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며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거액의 증액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강수를 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앞서 18일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19일에는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이 주한미군 군무원 무급휴직을 시사했다. 24일 워싱턴에서 진행될 예정인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국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다음 달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시행, 북한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 등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주요 의제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차원에서는 협상의 방향성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절차에서 막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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