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피해국 중 하나인 이란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치사율이 2% 안팎에 머무르는 데 비해 나홀로 20%에 육박하는 치사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현재까지 이란 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61명, 사망자는 12명에 이른다. 치사율이 무려 20%에 달한다.
◇ 한국 치사율은 1% 미만 : 현재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은 2%내외다.
25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93명, 사망자는 8명으로 치사율은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중국의 경우 25일 0시(현지시간) 기준 확진자는 7만7658명, 사망자는 2663명으로 치사율은 3.4%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마저도 4.3%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유독 이란에서만 치사율이 20%까지 치솟은 것이다. 사망자도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지난 19일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후 불과 일주일이 채 안돼서다.
◇ 구멍 뚫린 확진자 집계…숨은 감염자만 600명?: 높은 치사율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설은 의료 체계 부실로 이란의 확진자 집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외국 방문 경험이 없는 이란 내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을 2%로 잡았을 때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란에는 ‘숨은 감염자’가 최소 600명까지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 50명 사망했다는 주장도 : 이와 관련해 이란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사망자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란 종교도시 곰이 지역구인 아흐마드 아미라바디 파라하니 의원은 “곰에서만 지난 13일까지 코로나19로 50명이 숨졌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이란 보건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 전문가들, 낙후된 의료시설 지적: 또 다른 가설은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인해 의료시설이 낙후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한 지난 1979년부터 이란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때인 지난 2015년 이란이 국제사회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면서 경제제재는 해제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2018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이란에서는 최신 의약품과 의료기기 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시프 슈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의 경제제재로 이란의 의료 시스템은 빈약해졌다”며 “코로나19는 이란 당국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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