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8)이 24일 성폭행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는 1면에 피해자 8명의 인터뷰를 싣고 그가 25년간 수십 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보도해 큰 파문을 불렀다. 이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각국의 권력자 남성이 줄줄이 낙마했다.
CNN 등에 따르면 와인스틴은 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3급 강간 및 1급 범죄적 성폭력 1건씩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06년 당시 제작 보조였던 미리엄 헤일리(42·여)에 대한 성폭력, 2013년 배우 제시카 만(29·여)에 대한 강간 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평결을 받고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해 맨해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다음 달 11일 형량을 최종 선고한다. 최소 5년에서 최장 29년을 복역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와인스틴은 성범죄 전문 유명 변호사를 고용하고, 일부 피해자에게 300억 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재판에 임했지만 유죄 판결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고소인 중 한 명인 배우 로즈 맥고언은 “쓰레기가 치워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와인스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성차별 금지 인권단체 타임스업은 “정의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와인스틴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8건의 성폭력 혐의로 기소돼 추후 추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 와인스틴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약탈적 성폭력(predatory sexual assault)’ 2건, 3급 강간 1건 등 3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을 받았다. 그의 변호사는 유죄 판결을 받은 2건에 대해서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은 5일간의 토론 끝에 이날 판결을 내렸다. 일부 고소인은 ‘많은 여성에게 진실과 정의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3개 혐의가 무죄를 받은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1952년 뉴욕에서 태어난 와인스틴은 1979년 동생 밥과 미라맥스 영화사를 설립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펄프 픽션’ ‘잉글리시 페이션트’ ‘굿 윌 헌팅’ 등 미 아카데미와 프랑스 칸 영화제를 휩쓴 영화들을 제작하고 배급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북미 배급도 담당했다. 그의 성폭력을 폭로한 사람에는 앤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귀네스 팰트로 등 유명 여배우가 여럿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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