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대한항공 보유 송현동 부지(3만6642㎡) 등 비주력 사업 정리를 시작하면서 LA 윌셔 그랜드호텔 처리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건의로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개장 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진그룹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LA 윌셔 그랜드호텔 재건축 프로젝트에는 1조9000억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호텔은 대한항공 미국법인 한진인터내셔널이 1989년 인수한 뒤 2009년부터 재건축이 이뤄졌다.
2017년 개장한 이 호텔은 미국 인터콘티넨탈호텔이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총 73층 규모로 900개 객실과 36만5000제곱피트(3만4000㎡) 규모의 오피스로 이뤄졌다.
야심차게 재건축이 추진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한진그룹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 보유 주체인 한진인터내셔널 매출은 2016년 1460만원에서 2017년 484억8050만원, 1342억9776만원으로 확대됐다. 윌셔 그랜드호텔 객실 및 오피스 임대 수익이 매출에 본격 반영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이 33억3200만원, -700억3000만원, -1072억92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는 점이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고정비 등이 오피스 임대수익을 크게 웃돈 결과 적자폭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호텔은 개장 후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윌셔 그랜드호텔 객실 숙박료는 보통 50만원 정도로 여름 성수기에는 100만원에 육박한다. 평균 객실료를 60만원으로 봤을 때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거둘 수 있는 연간 수익은 1576억원 정도다.
객실 가동률 80%는 장사가 잘되고 있다는 가정 아래 적용한 값이다. LA 보다 시세가 비싼 뉴욕에서도 하루 평균 객실료가 50만원 이상인 호텔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현재 거둘 수 있는 최대 수익으로 봐도 무방하다.
윌셔 그랜드 오피스는 총 18개 층으로 이중 6~7개 층 정도만 리스 계약이 이뤄지고 나머지는 공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층 면적은 2만 제곱피트를 조금 넘는다. 7개층은 총 15만 제곱피트가량으로 해당 오피스 임대료인 54달러를 적용한 연간 수익은 810만달러(98억원)이다.
호텔 객실과 오피스 임대료를 더한 연간 수익은 최대 1700억원가량이다. 사업비 1조9000억원의 대부분은 대한항공이 조달했는데 운영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이 수익을 고스란히 모은다고 해도 11년 이후에나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
윌셔 그랜드 센터가 새 건물이지만 인근 지역의 제곱피트 당 연간 오피스 임대료 32.16달러(출처=존스 랭 라셀)에 비해 20달러 이상 비싸 공실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어들인 돈 전부를 회수한다고 가정해도 투자비 회수에만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특히 재건축을 위해 조달한 PF 대출 만기 등이 올해부터 돌아온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골칫덩이가 돼버린 윌셔 그랜드 호텔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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