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탈레반, 분쟁 18년 4개월 만에 평화협상 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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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서 ‘도하 합의’ 양측 서명
아프간서 미군 축소-나토군 철수… 탈레반은 무장세력 지원 중단
美일각 “대선 앞둔 트럼프 무리수”… 탈레반측 이행 여부도 미지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무력 충돌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합의를 29일 전격 타결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발생 한 달 후 탈레반이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아프간을 공격했다. 18년 4개월 만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곧바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일명 ‘도하 합의’로 불리는 평화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현재 1만3500명인 아프간 내 미군을 135일 안에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도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아프간 중앙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약 5000명의 탈레반 포로도 석방하기로 약속했다.

탈레반 역시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격 무장조직이 군인을 모병해 훈련하거나 자금 조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들 조직의 여행증명 등 법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끝났다.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는 역사적 걸음을 내디뎠다”고 반겼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약 7600억 달러(약 920조 원)를 쏟아부었고 미군 사망자만 2400명에 이른다. 유엔, 나토, 유럽연합(EU) 등도 일제히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외교적 성과를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합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탈레반이 합의 사항을 지킬지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국가 대 국가의 협정 및 조약이 아닌 미 정부와 무장조직의 조건부 약속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1일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관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포로 교환은 미국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프간 내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역시 일반 미군 철수와는 별개로 대테러부대를 계속 주둔시킬 방침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탈레반#아프가니스탄#평화협상#도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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