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한국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격리 조치를 발표한 5일 일본 정부의 반응에 청와대는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메시지로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지 나흘 만에 일본에서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 청와대는 6일 공식 대응을 예고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이 석 달을 넘어간 가운데 청와대는 맞대응 조치에 고심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놓은 이번 강경 조치에 경색됐던 한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 인적 교류 ‘올스톱’ 불가피
아베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결정했다. 또 90일 이내 체류할 경우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한일 무비자협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이미 항공사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한일 간 무비자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 조치가 중단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본 여행을 하려면 일본 비자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번 조치로 9일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 수는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을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토록 요청하기로 했다.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이미 발행한 비자도 무효화하기로 하면서 비즈니스, 문화예술 등 목적으로 1년 이상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것도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한국발 일본 입국자 수는 2018년 753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한일 관계 악화로 558만 명으로 줄었다. 이번 조치가 장기화된다면 올해 일본에 가는 한국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이 한국에 오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4일 경북 안동에 대한 감염증 위험 정보를 ‘레벨3’으로 격상했다. 레벨3은 방문 중지를 권고하는 단계다. 일본 외무성이 레벨3으로 지정한 곳은 대구와 경북 경산 영천 청도 등 9곳으로 늘어났다. 일본이 이날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전격적으로 확대한 것은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용석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대응 미숙으로 아베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는 데다 최근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까지 추궁을 받는 상황이 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분석했다. ○ 당혹감 속 대응 조치 예고한 靑
일본의 입국 제한 결정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악화 부담에도 중국인 입국 추가 확대를 일축한 상황에서 일본의 입국 제한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외교력 논란에 더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행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일본의 입국 제한에 대해 “6일 외교부를 통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6일엔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할 예정이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별도로 강화해 발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조치를 그냥 묵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수습이 된 뒤에 닥칠 후폭풍까지 일본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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