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10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지역봉쇄’라는 강수를 뒀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내 3대 경제대국이란 위상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비롯해 경제적 충격을 감수하고라도 코로나19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8일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883명이다. 전날보다 1247명(26.9%)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21일 첫 환자가 확인된 뒤 하루 1000명 넘는 감염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36명 증가한 233명으로 주요국 중 사망률(4%)이 가장 높다. 이탈리아 연립 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칭가레티 대표(55)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롬바르디아주 전체와 인근 14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와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가 포함되며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레드존으로 지정된 지역은 허가 없이 외부인이 방문할 수 없고, 해당 지역 거주 주민들 역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의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사실상의 지역 봉쇄 및 이동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드존 지정으로 1600만 명 정도가 이동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탈리아 정부는 8일 전국의 영화관, 카지노, 박물관 등 시설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환자들을 치료·관리하기에는 의료진이 부족해 은퇴한 의사를 다시 채용할 방침이다. 이달부터 음식점, 주점, 교회 등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공공장소에서 사람 간 간격을 1m 이상 유지하는 이른바 ‘1m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확진자 수가 각각 949명과 939명을 기록해 곧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전날보다 감염자가 프랑스는 233명, 독일은 222명 늘었다.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스페인과 스위스에서 각각 589명과 268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것도 향후 주목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이 나라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관광객들이 다른 나라로 이동하며 다시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밀라노대 감염병 전문의인 마시모 갈리 교수는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에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사태가 유럽 전역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대유행(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건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 수준도 높은 유럽에서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우려가 크다. 미국 미네소타대 마이클 오스터홈 감염병연구정책연구소장은 “팬데믹 단계라는 게 명백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