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9일 북한이 단거리발사체 시험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무기 성능을 계속 향상시켜왔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코드명 KN-25)로 추정하면서 “만일 3발의 발사체가 1대의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새로운 이정표(milestone)’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36분쯤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 방향으로 쐈다. 선덕 지역엔 과거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 이용했던 군 비행장이 있다.
이런 가운데 합참은 당초 북한이 쏜 발사체가 ‘3발’이라고 발표했었으나 미국 측으로부터 북한이 쏜 발사체가 ‘4발’이란 보도가 나오자, 발사체 수를 특정하지 않은 채 여러 종류를 뜻하는 “다종(多種)의 발사체”로 발표 문구를 수정했다.
판다 연구원도 “북한의 발사체 수가 3개가 아닌 4개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KN-25 발사대를 완전히 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TEL엔 가로·세로 2발씩 총 4발의 포탄이 장착된다.
판다 연구원은 특히 “북한은 그동안 (초대형 방사포의) 발사 간격을 줄여왔다”면서 “이제 이 문제를 완전히 소화해낸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함참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 3발 중 첫 2발은 20초 간격으로 발사됐고, 마지막 3번째 발사는 2번째 발사로부터 1분 뒤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작년 8월 초대형 방사포 첫 시험사격 당시 발사간격 17분, 그리고 같은 해 9월 2차 시험사격 때의 발사간격 19분에 비해 크게 단축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2차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한 뒤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연발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판다 연구원은 북한이 이달 2일에도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군사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훈련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기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달 4일 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의 비판 나랑 교수도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흠 잡을 데 없는 타이밍(Impeccable timing)”에 발사체 시험을 했다며 “김정은은 계속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 개선해 실제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나랑 교수는 판다 연구원과 달리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다른 종류의 방사포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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